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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 -목동센터 박영례선생님

관리자 2019-11-11 조회수 908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

애착 이해하기

<유해피 아동 청소년 상담>

목동센터 박영례 선생님 전문가 심리칼럼







영화를 보고나서 혼란스러운 때가 있습니다.

재즈 뮤지션 이야기인 <위플래쉬>도 그랬습니다.

영화 속 교수는 최고의 드러머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로 제자를 혹독하게 조련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죠.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 했어’야.” 










순간 움찔했습니다. 혹시 나도 그런 어설픈 위로로

누군가의 성장을 방해한 적은 없을까? ‘위플래쉬’가

채찍질이라는 뜻이라더니, 적당히 만족하고 적당히

만족을 조장(?)하며 사는 저의 등짝을 내리치는 말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의문이 들었습니다.

꼭 그렇게 무섭게 다그쳐야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비슷한 갈등을

경험해보았을 겁니다.

‘그만하면 잘 했어’라고 해야 할 지,

‘그보다 잘 해야지’라고 해야 할 지...

가장 좋은 건 둘 다를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채찍질보다 위로가 우리에게 더 큰 울림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상담실을 찾은 그녀는 딸아이가 밉다고 했습니다.

엄마로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죄스러우면서도

미운 감정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찬찬히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분이었습니다.

작은 실수에도 호되게 혼을 내고, 1등 성적표를 받아가면 

“이럴 걸 지난 번엔 왜 1등을 못했어?”라며

혀를 찼습니다. 그녀는 늘 부모의 인정에 목말랐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엄마가 된 뒤였습니다.

자꾸만 도움을 청하고 응석을 부리는

딸아이가 귀찮았습니다.

'난 다 알아서 했는데’라는 생각에 억울함과 질투가

솟구쳤습니다. 딸의 나이 겨우 8살. 어느 날은 딸이

“엄마는 왜 칭찬을 안 해줘?”라고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얼마나 더 해! 넌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니?”

버럭 소리를 질렀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지 묻는 그녀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

흘러내렸습니다.









엄마의 상처가 아이에게 대물림된다는 말은

'애착이론'에 의하면 피해갈 수 없는 진실입니다.

부모와 어린 자녀 사이의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뜻하는 애착은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는 틀과 같습니다.

어릴 때 부모와 관계 맺는 방식이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된다는 의미입니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맺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편안합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애착 유형은 관계 맺는 데 계속 두려움을 느끼거나

(회피형), 지나치게 관계에 몰두하게 됩니다(집착형).

두 유형이 뒤섞인 유형도 있습니다(혼란형).


앞서 소개한 그녀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서적인 관계를 피해온 회피형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힘든 환경에서 자라도 성인이 된 후

안정된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붕어빵 틀을 녹여 새 모양으로 다시 짠 겁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애착만큼이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입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틀을 녹이는 작업인 '위로’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제대로 평가받아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결핍이 채워지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위로가 마음에 가 닿으면 비로소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니 그만하면 괜찮게 살아온 증거’

찾아내는 게 우선입니다. 신뢰로운 대상과 함께라면

더 좋지만 혼자서도 해볼 수 있는 작업입니다.


그녀의 딸아이를 만나본 후 그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표현을 참 잘 해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뜻이죠. 엄마가 그렇게 키우신 것 같아요.”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대인관계에서

늘 긴장하고 눈치 보며 살아온 그녀였습니다.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부단히 자기 성찰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애착이 대물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는데 딸아이는 다르다는 말에

안도하는 듯 했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에게 당부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스킨십 많이 하기’입니다.

애착은 단순히 심리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아이를 안아주거나 쓰다듬어주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됩니다. 이 호르몬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유아기에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는 건 생존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전략인 셈이죠. 애착이 손상된 관계라고

해도 스킨십을 많이 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자녀 관계도 좋아집니다. 







둘째 ‘자기를 위한 시간 갖기’입니다.


불안정한 애착 유형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가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할 기회가 와도 무의식적으로 기회를 박탈해

버립니다. 우리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상태마저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다’

스스로 말해주어야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을 찾는 데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경우 출산 후 자연스레 멀어진 독서모임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식사는 남편에게 맡기고 

아이에게도 당당히 엄마만의 시간을 요구했습니다.

가족 탓을 하는 대신 가족 덕분에 행복하기로

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 했어’라고 하지만, 상처받은 부모들에게는

다릅니다. ‘그만하기도 쉽지 않았어’라고 해야 맞습니다. 


나의 애착이 대물림되지 않을까?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지금 그렇게 자책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런 생각 자체가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변화가, 성장이 시작된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그만하면 잘 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