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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롯(Brain rot)

관리자 2026-10-28 조회수 6

브레인롯


생각이 멍해진 하루, 화면 속에 머문 마음




브레인롯(Brain rot)은

저품질 콘텐츠를 지나치게 많이 소비한 뒤

생각이 둔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뇌'를 뜻하는 brain과

'썩음'을 뜻하는 rot이 합쳐진 표현으로,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말 자체는 새롭지 않아요.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복잡한 생각보다 쉬운 생각을 택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이 표현을 쓴 것이 처음 기록된 사례로 꼽힙니다.

다만 브레인롯은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때 쓰는 말에 가깝습니다.


브레인롯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짧은 영상이나 자극적인 게시물을

처음 마음먹은 것보다 훨씬 오래 보곤 해요.


10분만 보려던 짧은 영상을 한 시간 넘게 넘기고,

화면을 끈 뒤에는

무엇을 봤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책 몇 쪽을 읽거나 긴 글을 끝까지 보는 일이

예전보다 버겁게 느껴지고,

대화 중에도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게 돼요.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앱을 열어 보느라

한 가지 일을 마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몸이 지친 피로와 헷갈리기 쉽지만 차이가 있어요.

몸이 피곤할 때는 쉬고 나면 머리가 다시 맑아집니다.




반면 브레인롯을 느끼는 사람은

쉬는 시간 대부분을 화면을 보며 보냈는데도

쉬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요.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공부나 독서, 조용한 대화처럼

자극이 적은 일상의 일들이

지루하고 견디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화면을 찾고,

보고 난 뒤에는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되풀이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를

의지가 약해서 생긴 일로만 여기기 쉽다는 점이에요.


'나는 왜 이렇게 자제력이 없을까',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 같은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책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 불편함을 잊으려고

다시 영상을 켜게 될 수 있어요.




특히 스트레스가 많거나

마주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짧은 콘텐츠는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해 주는

손쉬운 수단이 됩니다.


이때 화면을 보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기보다

불안이나 걱정,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화면을 끄면 미뤄 둔 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레인롯에서 벗어나려면

사용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내가 어떤 순간에 휴대폰을 찾는지

살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다만 브레인롯이라는 말은

나를 깎아내리는 꼬리표라기보다

지금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짧은 영상을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보고 싶어서 보는 것과,

멈추고 싶은데 멈추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머리가 멍한 느낌은

내 머리가 망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나의 하루가 어떤 자극으로 채워져 있는지

보여 주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언제 휴대폰을 집어 드는지,

화면을 끈 뒤 어떤 기분이 남는지 알아차리는 일은

나에게 맞는 쉼의 방식을 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요.


심리상담을 통해

'왜 나는 화면을 쉽게 끄지 못할까'라는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 밑에 있던 스트레스와 미뤄 둔 감정을 확인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 갈 수 있는

힘을 조금씩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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