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PPY
왜 나는 힘들어지면 자꾸 피하고 싶을까요?
― 회피는 때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해피심리상담센터 대전점 임진경 상담사입니다 :-)
오늘은 '왜 나는 힘들어지면 자꾸 피하고 싶을까요?'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자꾸 미루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연락하는 것조차 부담스럽습니다.
직장에서 실수하거나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나면
출근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다가도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게 됩니다.
관계에서도 비슷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자리를 피하거나 연락을 끊고 싶어집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왜 다른 사람들은 하는 일을 나는 못할까?’
‘또 피하고 있네.’
그러나 상담에서 회피를 바라볼 때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서 피하고 싶어졌을까?”
- 회피는 나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불편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문제는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실패, 거절, 비난, 갈등처럼
마음을 위협하는 경험 앞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에서의 작은 실수가
단순한 실수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 같아.’
이런 생각과 함께 불안이나 수치심이 커지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강해집니다.
그래서 출근을 미루고, 사람을 피하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게 됩니다.
그 순간에는 조금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피했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을
당장 마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회피는 그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방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회피하면 점점 더 힘들어질까요?
회피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당장은 편안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두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한 상황을 피하면
우리는 잠시 안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다시 같은 상황을 만나면
이전보다 더 두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불안 → 회피 → 일시적인 안도
→ 다시 커지는 불안 → 자기비난 → 또다시 회피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한 가지 상황만 피했는데
점차 피해야 할 상황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지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삶의 영역이
점점 좁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무엇이 나를
그렇게 위협하고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정말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겉으로는 직장이나 사람,
갈등이나 해야 할 일을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피하고 싶은 것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느끼게 될 감정인 경우가 있습니다.
실패했을 때 느껴지는 수치심,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초라함,
비난받았을 때 올라오는 두려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의 무력감,
관계에서 상처받았을 때
다시 버려질 것 같은 불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단순히
“피하지 말고 부딪혀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그 감정이 왜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지를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담에서는 회피를 어떻게 다룰까요?
상담의 첫 번째 목표가
반드시 회피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회피가 나에게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봅니다.
어떤 상황에서 유난히 피하고 싶어지는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그 생각 뒤에는 어떤 감정이 있는지를
천천히 찾아갑니다.
그리고 때로는 지금의 반응이
이전의 관계나 경험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주 비난받거나 실패를 허용받지 못했던 사람에게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나 욕구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람에게 갈등은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라는 질문은 조금씩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회피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생깁니다.
처음부터 큰 변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상황에 아주 조금 머물러 보는 것,
감정을 알아차려 보는 것,
할 수 있는 만큼 작은 행동을
시도해 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나에게도 이유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회피해 온 사람일수록
자신을 많이 비난합니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하지 못하는지,
왜 또 포기했는지, 왜 이렇게 약한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회피가 지금까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해 온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그 방법을 무조건 없애기보다
나를 보호하면서도 삶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여러 번 노력했는데도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면,
그것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두려움과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나를 다그치기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를 이해하는 것.
변화는 어쩌면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